무선 충전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엔지니어들이 “그냥 케이블 꽂으면 되는데 왜?”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Qi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이어폰, 스마트워치, 노트북, 심지어 의료기기까지 스며들었다. 특히 2025년에 Qi 2.2가 25W를 지원하면서 충전 속도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이 글은 WPT의 물리적 원리를 이해하고, 간단한 Qi 호환 충전 패드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룬다. 이론부터 KiCad 설계, 실측 데이터까지 담았다.
WPT의 물리적 원리 #
무선 전력 전송은 기본적으로 변압기의 1, 2차 코일을 공간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변압기는 두 코일이 같은 철심에 감겨 있어서 결합 계수(k)가 0.950.99에 달하지만, Qi 충전기는 공기 갭이 있는 분리된 코일이라 k = 0.30.7 수준이다. 이 낮은 결합 계수가 WPT 설계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다.
전자기 유도 방식 (Inductive Coupling) #
패러데이 법칙에 따르면 코일을 통과하는 자속(Φ)이 변할 때 기전력(EMF)이 유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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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 코일에 고주파 교류 전류를 흘리면 시변 자기장이 생성되고, 이 자기장이 수신 코일을 통과하면서 전류를 유도한다. Qi 기본 동작 주파수는 100~205kHz, Qi 2.0의 MPP(Magnetic Power Profile)는 360kHz를 추가로 지원한다.
공진 결합 (Resonant Coupling) #
단순 유도 방식만으로는 효율이 낮다. 해결책은 송수신 코일 양쪽에 공진 커패시터를 붙여서 공진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공진 주파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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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L = 10µH 코일에 공진 주파수 200kHz를 맞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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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신 양쪽의 공진 주파수를 맞추면 에너지 전달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이것이 단순 유도 대비 공진 방식의 핵심 차이다.
Qi 2.2 표준 이해 #
2025년 6월에 발표된 Qi 2.2는 이전 버전 대비 주요 업그레이드가 있다:
| 항목 | Qi 1.3 | Qi 2.0 | Qi 2.2 |
|---|---|---|---|
| 최대 전력 | 15W | 15W (BPP), 15W (MPP) | 25W |
| 자석 정렬 | 없음 | MPP (자석 링) | MPP 개선 |
| FOD | 기본 | 향상 | 고급 FOD |
| 주파수 | 100~205kHz | 100~205kHz + 360kHz | 동일 |
FOD(Foreign Object Detection): Qi의 가장 중요한 안전 기능이다. 코일 위에 동전, 열쇠 등 금속 이물질이 올려졌을 때 발열을 감지해 충전을 중단한다. Qi 2.2에서는 전력 손실 계산 방식이 더 정밀해졌다.
MPP(Magnetic Power Profile): Qi 2.0에서 도입된 자석 정렬 기능. 수신기에 자석 링이 있어서 코일이 항상 정확히 맞춰진다. 오정렬로 인한 효율 저하와 발열을 줄인다. 구글 Pixel 10이 2025년에 Android 최초로 내장 자석을 탑재해 완전한 Qi2 MPP를 지원했다.
코일 설계 #
WPT 시스템에서 코일 설계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직관적이지 않은 부분이다.
인덕턴스 계산 #
원형 평면 코일(spiral coil)의 인덕턴스 근사식 (Wheeler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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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 N = 권선 수
- r = 평균 반경 (m)
- l = 코일 길이 (축 방향)
- d = 권선 깊이
하지만 실제로는 이 공식보다 시뮬레이션이 훨씬 정확하다. FEMM(무료 FEM 소프트웨어)이나 Ansys Maxwell을 쓰면 코일 파라미터와 결합 계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실용적인 코일 설계 파라미터 #
직접 테스트해서 효율이 잘 나온 조합:
TX 코일 (충전 패드용):
- 외경: 60mm, 내경: 20mm
- 권선 수: 15턴
- 선폭/간격: 0.3mm/0.2mm
- PCB 구리 두께: 70µm (2oz)
- 인덕턴스: 약 8~12µH
RX 코일 (스마트폰용):
- 외경: 45mm, 내경: 15mm
- 권선 수: 12턴
- 선폭/간격: 0.2mm/0.15mm
- 인덕턴스: 약 6~9µH
페라이트 시트(ferrite sheet)를 코일 뒤에 붙이면 자속 집중 효과로 인덕턴스가 20~40% 증가하고 결합 계수도 개선된다. Qi 수신기에서는 배터리와 코일 사이에 반드시 페라이트 시트가 들어간다.
회로 설계 #
송신부 핵심 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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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리지 인버터 (Full-Bridge Inverter): 4개의 MOSFET으로 구성. 대각선 쌍을 교대로 스위칭해서 코일에 고주파 교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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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Q4 ON → Q2, Q3 ON 교대 반복. 스위칭 주파수 = Qi 동작 주파수.
MOSFET 선택 기준:
- 전압 내압: 입력 전압의 2~3배 이상 (12V 입력이면 40V 이상)
- 게이트 구동: 공진 주파수에서 Ciss를 고려한 게이트 드라이버
- 추천 소자: IRLZ44N(THT 프로토타입용), CSD18532Q5B(SMD 양산용)
수신부 핵심 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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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정류기: Schottky 다이오드를 쓸 수도 있지만, MOSFET 기반 동기 정류기가 효율이 훨씬 높다. 수신 전압이 낮을수록(5V 이하) 다이오드 순방향 전압 강하의 영향이 크다.
Qi 수신 IC 추천:
- IDT P9221 (WPC/Qi 1.3, 15W)
- E.ON Semiconductor CPS4054 (Qi 2.0, 15W)
- Texas Instruments BQ51013B (Qi 1.2, 5W, 저렴)
내가 주로 프로토타입에 쓰는 건 BQ51013B다. 가격이 저렴하고 레퍼런스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서 첫 WPT 경험에 좋다.
KiCad PCB 레이아웃 포인트 #
WPT PCB 설계에서 일반 디지털 PCB와 다른 점:
전력 경로 최우선 #
인버터의 전류 루프(Q1-Q3-코일-Q2-Q4)를 최대한 짧게 배치한다. 이 루프가 길어지면 기생 인덕턴스가 증가해서 스위칭 시 전압 스파이크가 생기고 MOSFET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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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 고려 #
고주파 스위칭 회로는 EMI의 원천이다. 간단한 대책:
- 스너버 회로: MOSFET 드레인-소스 간 RC 스너버(예: 10Ω + 1nF)로 스위칭 링잉 감쇠
- 공통 모드 필터: AC 입력단에 CM 초크
- 비아 스티칭: 고주파 리턴 전류 경로로 GND 폴리곤의 비아를 촘촘히 배치
열 관리 #
MOSFET과 정류 다이오드는 발열이 심하다. Thermal via(방열 비아)를 패드 아래에 배치하고, 여유 있으면 방열판을 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둔다.
실측 결과 — 프로토타입 성능 #
위 설계로 만든 프로토타입의 실측값 (5W 모드, TX-RX 간격 5mm):
| 측정 항목 | 값 |
|---|---|
| TX 입력 전력 | 7.8W |
| RX 출력 전력 | 5.1W |
| 전송 효율 | 65.4% |
| TX 코일 온도 상승 | +18°C |
| 정렬 오프셋 10mm 시 효율 | 43% |
솔직히 65%는 유선 충전 대비 꽤 낮다. 유선 USB-C PD 충전기는 보통 8592% 효율이다. 이게 무선 충전의 근본적인 한계다. 하지만 페라이트 시트 최적화와 공진 주파수 정밀 매칭으로 7580%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
상용 Qi 2.0 제품들은 최적 조건에서 85% 이상을 달성하는데, 코일 설계와 FOD 알고리즘에 엄청난 최적화가 들어가 있다.
안전 주의사항 #
WPT 회로는 반드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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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 감지 필수: FOD 없는 송신기를 만들면 금속 이물질이 유도 가열되어 화재 위험이 있다. 최소한 전력 손실 계산 기반의 소프트웨어 FOD를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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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모니터링: 코일 근처에 NTC 써미스터를 붙이고 50°C 이상이면 충전을 중단하는 로직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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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압/과전류 보호: 수신부 출력단에 TVS 다이오드와 폴리스위치(poly fuse)를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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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 인증: 상업적으로 판매할 제품이라면 WPC(Wireless Power Consortium)의 Qi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없이 “Qi 호환"이라고 표기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음 단계 — 더 깊이 파고들기 #
WPT를 제대로 파고들고 싶다면:
- S-파라미터 측정: VNA(벡터 네트워크 분석기)로 코일의 Q팩터와 결합 계수를 직접 측정
- SPICE 시뮬레이션: LTspice에서 공진 회로 동작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이론 이해가 훨씬 빠르다
- Qi 프로토콜: ASK(Amplitude Shift Keying) 통신 프로토콜을 파악하면 TX-RX 간 실시간 전력 협상 로직을 구현할 수 있다
무선 충전은 WPT 기술 중에서도 가장 성숙한 분야다. 여기서 배운 원리는 더 나아가 수십 센티미터 거리의 공진 결합 전력 전송(A4WP 방식)이나 의료용 임플란트 충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번 파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