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설계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높은 허들은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가"다. Altium Designer는 업계 표준이지만 라이선스가 수백만 원이고, Eagle은 오토데스크에 인수된 이후 정책이 껄끄럽다. 결론부터 말하면 KiCad가 답이다. 완전 무료, 오픈소스, 상업적 사용도 가능하고, 기능은 Altium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2026년 현재 버전 9.0은 내가 입문할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도구가 됐다.
이 글은 “LED 하나 깜박이는 ESP32 최소 회로” 수준의 첫 PCB를 설계하면서 전체 과정을 안내한다. 회로 설계보다 KiCad 도구 사용법과 실수 포인트에 집중했다.
KiCad 설치 및 환경 세팅 #
kicad.org 에서 최신 버전을 받아 설치한다. Windows/macOS/Linux 모두 지원한다. 설치 후 반드시 해야 할 것:
- 전역 심볼 라이브러리 경로 확인: Preferences → Manage Symbol Libraries → 기본 라이브러리들이 잘 보이는지 확인
- 풋프린트 라이브러리 확인: Preferences → Manage Footprint Libraries → 마찬가지로 기본 라이브러리 체크
- 3D 뷰어용 모델 경로 설정: 선택 사항이지만 STEP 파일 경로를 지정해두면 나중에 3D 뷰에서 실제 부품처럼 보인다
Step 1: 회로도 작성 (Schematic Editor) #
KiCad는 반드시 회로도 먼저, PCB 나중이다. 회로도 없이 바로 PCB 에디터를 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net 정보가 없어서 라우팅 가이드를 받을 수 없다.
새 프로젝트 생성 #
|
|
프로젝트를 만들면 .kicad_pro, .kicad_sch, .kicad_pcb 세 파일이 생성된다. 모두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 포맷이라 Git으로 버전 관리가 가능하다.
심볼 배치 #
회로도 에디터에서 A 키를 누르면 심볼 선택창이 뜬다. 우리가 필요한 심볼:
ESP32-WROOM-32E— Device 또는 RF 라이브러리에서 찾는다LED— Device 라이브러리R(저항) — Device 라이브러리Connector_PinHeader_2.54mm:PinHeader_1x02— 전원 커넥터용PWR_FLAG— 반드시 VCC와 GND 네트에 붙여야 ERC 통과
중요한 실수 포인트: PWR_FLAG를 VCC와 GND 네트에 각각 하나씩 붙이지 않으면 ERC(전기 규칙 검사)에서 “핀이 드라이브되지 않는 네트” 경고가 뜬다. KiCad는 전원이 어디서 오는지 명시적으로 선언하길 요구한다.
배선 #
W 키로 와이어 모드 시작. ESP32의 EN 핀은 10kΩ 풀업 저항으로 3.3V에 연결해야 정상 동작한다. IO0 핀은 플래싱 모드 진입용 버튼(GND에 풀다운)을 달아두면 나중에 매우 편하다.
최소 회로:
|
|
ERC 실행 #
회로도 완성 후 Inspect → Electrical Rules Checker → Run. 오류가 없어야 다음 단계로 간다. 경고도 원인을 이해하고 넘어갈 것.
Step 2: 풋프린트 할당 #
회로도의 각 심볼에 실제 물리적 패드 패턴(풋프린트)을 연결하는 단계다.
Tools → Assign Footprints에서 각 부품에 풋프린트를 지정한다.
| 심볼 | 풋프린트 |
|---|---|
| ESP32-WROOM-32E | RF_Module:ESP32-WROOM-32 |
| LED | LED_THT:LED_D5.0mm |
| R (저항) | Resistor_SMD:R_0805_2012Metric |
| 커넥터 | Connector_PinHeader_2.54mm:PinHeader_1x02_P2.54mm_Vertical |
SMD vs THT 선택: 첫 PCB라면 SMD(표면실장)보다 THT(관통홀) 부품이 납땜하기 쉽다. 하지만 저항 같은 단순한 부품은 0805 크기의 SMD도 손납땜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0603 이하는 루페나 현미경 없이는 힘들다.
Step 3: PCB 레이아웃 #
회로도에서 Tools → Update PCB from Schematic을 실행하면 PCB 에디터에 모든 부품이 “라츠네스트(ratsnest)” — 연결되어야 할 핀들 사이의 가는 선 — 와 함께 나타난다.
부품 배치 원칙 #
전원 경로 먼저: USB 커넥터 → 전원 입력 커패시터 → 레귤레이터 순서로 배치. 전류가 흐를 경로를 먼저 잡아두면 나머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바이패스 커패시터는 IC에 붙여서: ESP32의 각 전원 핀에 100nF 커패시터를 최대한 가까이 붙인다. 이게 멀어질수록 노이즈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
크리스털은 MCU 가까이: 발진기가 있다면 기생 커패시턴스를 줄이기 위해 MCU 핀 바로 옆에 배치해야 한다. 긴 배선은 주파수 드리프트를 유발한다.
LED와 커넥터는 외곽에: 사용자가 접근해야 하는 부품은 보드 가장자리로 배치한다.
라우팅 (배선) #
X 키로 라우팅 시작. 선폭 기본값:
- 신호선: 0.25mm
- 전원선: 0.5mm 이상
- GND: 폴리곤(베타 구리 채움) 사용
GND 폴리곤 채우기: PCB 에디터에서 B.Cu 레이어에서 P 키로 폴리곤 영역을 보드 외곽을 따라 그린다. 채울 네트를 GND로 지정하면 빈 공간을 모두 구리로 채운다. 이렇게 하면 GND 배선이 자동으로 되고, 방열과 노이즈 차폐 효과도 있다.
2레이어 PCB에서는 일반적으로:
F.Cu(앞면): 신호 배선B.Cu(뒷면): GND 폴리곤
실크스크린 #
F.Silkscreen 레이어에 부품 레이블, 보드 이름, 버전, 날짜를 추가한다. 나중에 디버깅할 때 이 정보가 있으면 훨씬 편하다.
Step 4: DRC 검사 및 Gerber 출력 #
DRC (설계 규칙 검사) #
Inspect → Design Rules Checker → Run. JLCPCB의 기본 제조 룰:
- 최소 배선 폭: 0.127mm (실용적으로는 0.2mm 이상 권장)
- 최소 패드 간격: 0.127mm
- 최소 드릴 직경: 0.2mm
- 보드 외곽은 Edge.Cuts 레이어에 닫힌 폴리라인으로
오류가 없으면 Gerber를 출력한다.
Gerber 파일 출력 #
File → Fabrication Outputs → Gerbers → 출력 설정:
|
|
Gerber 파일들을 하나의 ZIP으로 묶어서 JLCPCB에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파싱해서 미리보기를 보여준다. 이 미리보기를 꼭 확인하자.
주문 — JLCPCB 기준 #
JLCPCB에서 첫 PCB 주문 기준:
- 5장, 100×100mm 이하: $2 (배송비 별도)
- 기본 옵션: FR4, 1.6mm, 2레이어, HASL, 녹색
- 제조 기간: 약 24~48시간
- 배송 (EMS 기준): 7~10일
처음 해보면 박스 열 때의 설렘이 있다. 자기가 설계한 회로가 실물로 나왔을 때의 느낌은 코드 첫 실행과는 또 다른 쾌감이다.
내가 저지른 실수들 #
13년을 해온 나도 아직까지 가끔 저지르는 실수들:
-
풋프린트 미러링: 커넥터를 보드 뒷면에 배치할 때 미러링을 안 해서 방향이 반대로 나오는 경우. 뒷면 부품은 반드시 Mirror 체크.
-
핀 1 방향: IC의 핀 1 위치를 회로도와 풋프린트에서 맞추지 않아 반대로 납땜하는 실수. 납땜 전 데이터시트와 2~3번 확인.
-
보드 두께와 커넥터 높이: 스택 구조일 때 커넥터 높이 + 부품 높이를 계산하지 않아 다른 PCB와 충돌.
-
GND 폴리곤 리프레시 안 함: 배선을 수정한 후 폴리곤을 다시 채우지(Fill All Zones, 단축키
B) 않으면 Gerber에 이전 상태가 그대로 나온다. -
JLCPCB 드릴 레이어 좌표계: Gerber와 드릴 파일의 좌표계가 다르면 홀 위치가 틀어진다. “Use Excellon format"과 “mm 단위” 설정을 맞출 것.
첫 PCB 이후 #
첫 PCB가 동작하는 순간, 두 번째 PCB 설계가 하고 싶어진다. 다음 단계로 추천하는 것들:
- 4레이어 PCB: 전원/GND를 내부 레이어에 배치해 노이즈 특성이 크게 향상된다. 가격은 2레이어 대비 2~3배
- 임피던스 제어: 고주파 신호(USB 3.0, MIPI 등)를 다룰 때 필수
- 부품 조립 서비스(PCBA): JLCPCB의 SMT 서비스를 쓰면 부품까지 실장해서 배송해준다. 솔더링이 귀찮은 부분을 맡길 수 있다
KiCad는 진입 장벽이 있지만 한번 넘으면 하드웨어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진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도 PCB 한 장 만들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