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제주도 2박 3일 혼자 여행 후기: 느리게 걷는 섬

·329 단어수·2 분
작성자
Engineer

제주 바다 풍경

3월의 제주를 혼자 가기로 한 것은 충동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수요일 밤에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금요일 오전 출발이 생각보다 저렴한 것을 보고, 5분 만에 예매했습니다. 숙소는 그 다음날 잡았습니다. 계획이라고 할 것이 없는 여행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1일차: 도착, 그리고 걷기
#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릴까 고민하다가 그냥 버스와 걷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어디를 빠르게 다닐 계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주 시내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그냥 바다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관광 명소를 찾아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디를 가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발길이 닿는 대로.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작은 카페가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주산 감귤로 만든 에이드를 팔고 있었습니다. 테라스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한 시간쯤 있었습니다.

제주 감귤 밭과 돌담

저녁은 시내 골목에서 찾은 자리가 두 개뿐인 작은 식당에서 고등어구이를 먹었습니다. 아주머니가 혼자 왔냐고 물어보고는 밥 더 주겠다며 숟가락을 하나 더 얹어주셨습니다. 이런 것이 여행에서 생기는 소소한 기억들입니다.

2일차: 오름 트레킹과 오후의 여유
#

오전에 오름 하나를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유명한 성산일출봉이나 한라산이 아닌, 조용한 작은 오름을 선택했습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오름을 지도에서 찾아 갔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30분쯤 걸어 올라가면 보이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초록색 들판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그 뷰를 혼자 한참 바라봤습니다. 내려오면서 밀감 파는 할머니에게 봉지 하나를 샀습니다. 직접 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껍질이 두껍고 작았는데, 달고 시고 향이 짙었습니다.

오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이것이 여행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 있지만, 집이 아닌 곳에서 읽는 것만으로도 달랐습니다.

제주 오름에서 바라본 전망

3일차: 해변과 귀가
#

마지막 날 오전에는 아무도 없는 해변을 혼자 걸었습니다. 3월의 제주 바다는 차가웠지만 맑았습니다. 파도 소리만 있는 공간에서 한 시간쯤 걸었습니다. 폰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냥 두었습니다. 이 시간은 사진으로 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 식사는 흑돼지 국밥이었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아니라 현지 분들이 오는 작은 국밥집이었습니다. 2,500원짜리 순대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이 여행에서 가져온 것
#

관광지를 많이 돌아다니지도, 특별한 것을 하지도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돌아왔을 때 무언가가 채워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도 내게 뭔가를 요구하지 않았고, 나도 아무것도 증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공백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보고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돌아오느냐에 있습니다. 다음 달에 또 가고 싶습니다.